"이거 발표해볼 사람?" 하고 물으면 손이 서너 개 올라옵니다. 매번 같은 아이들입니다. 그렇다고 안 드는 아이를 지목하면 표정이 굳고, 대답이 안 나와서 어색한 정적이 흐르기도 합니다.
발표자를 정하는 방법마다 교실에서 굴러가는 모양이 다릅니다. 아래는 각 방법이 실제로 어떤 상황을 만드는지 정리한 것입니다. 무엇이 맞다기보다, 그날 수업에 뭐가 필요한지에 따라 고르시면 됩니다.
방법별로 실제 벌어지는 일
손 들게 하기
가장 빠르고, 발표하고 싶은 아이가 발표하므로 내용도 대체로 알찹니다. 다만 참여하는 아이가 고정됩니다. 학기 말에 세어보면 절반 이상이 한 번도 안 나왔을 수 있습니다.
번호순·자리순
가장 공평해 보이고 실제로 공평합니다. 문제는 예측 가능하다는 점입니다. 아이들이 자기 차례를 세고 있어서, 차례가 먼 아이는 그동안 딴짓을 하고 차례가 가까운 아이는 긴장해서 수업을 못 듣습니다.
지목하기
수업 흐름상 필요한 아이를 정확히 부를 수 있습니다. 대신 "왜 하필 저요"가 따라옵니다.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아이는 이유를 찾습니다.
무작위 추첨
누가 걸릴지 아무도 모르니 전원이 어느 정도 준비 상태가 됩니다. 지목과 달리 "왜 저요"에 대답하기도 쉽습니다. 아무도 정하지 않았으니까요. 대신 준비가 안 된 아이가 걸릴 수 있고, 이때를 어떻게 넘길지는 미리 생각해두는 편이 낫습니다.
| 방법 | 참여 폭 | 예측 가능성 | "왜 저요" |
|---|---|---|---|
| 손 들기 | 좁음 | 높음 | 없음 |
| 번호순 | 넓음 | 매우 높음 | 없음 |
| 지목 | 조절 가능 | 없음 | 자주 나옴 |
| 무작위 추첨 | 넓음 | 없음 | 거의 없음 |
한 명이 아니라 순서가 필요할 때
모둠 발표나 과제 발표는 한 명을 뽑는 게 아니라 순서를 정하는 일입니다. 이건 성격이 좀 다릅니다.
한 명씩 뽑는 도구로 순서를 정하려면 뽑을 때마다 뽑힌 사람을 빼고 다시 돌려야 합니다. 여섯 모둠이면 여섯 번입니다. 그사이 수업 흐름이 끊깁니다. 전체 순위가 한 번에 나오는 방식이면 한 번으로 끝납니다.
- 발표 순서 — 나온 순위 그대로 씁니다.
- 모둠 짜기 — 순위를 앞에서부터 끊어 나눕니다. 25명을 5명씩 다섯 모둠으로 나눌 때 편합니다.
- 역할 배정 — 1등부터 원하는 역할을 고르게 하는 식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.
교실에서 추첨을 꺼내 쓸 만한 다른 장면들은 교실 추첨 활용 아이디어에 하루 흐름대로 모아뒀습니다.
준비 안 된 아이가 걸렸을 때
무작위 추첨을 쓰면 반드시 마주치는 상황입니다. 미리 정해두면 당황하지 않습니다.
- 패스권을 주기 — 한 학기에 몇 번은 넘길 수 있게 해두면 부담이 줄어듭니다.
- 짝과 상의할 시간 주기 — 30초만 줘도 대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.
- 뽑고 나서 시간 두기 — 뽑은 다음 바로 시키지 않고 1~2분 뒤에 발표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.
- 다음 순번으로 넘기기 — 순위가 한 번에 나와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사람으로 갑니다.
연속으로 걸리는 아이
"저 저번에도 걸렸는데요"는 무작위를 쓰면 반드시 나오는 말입니다. 그리고 이건 도구가 이상해서가 아닙니다. 30명 중 두 번 연속 걸릴 확률은 900분의 1이지만, 한 학기에 백 번 넘게 뽑으면 그런 아이가 나오는 게 오히려 정상입니다.
왜 그런지,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는 공정한 추첨의 원리에서 다뤘습니다.